로스팅을 통해 커피는 색이 변하고 수분이 줄어들며 크기가 커지고 부서지기 쉬운 상태가 된다. 로스팅의 진행 정도는 모든 전문가들이 색상을 기준으로 표기하지만 특정 로스팅 용어가 정확히 어떤 수준의 로스팅을 말하는지에 대한 합의된 기준은 없다.
색상 변화
로스팅 첫 단계는 통상 "건조 단계"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수분 감소율은 로스팅 과정 내내 거의 일정하다. 로스팅 시작 처음 수 분 동안 커피콩의엽록소가 분해되면서 색상이 녹색에서 노란색으로 바뀐다. 로스팅이 더 진행되면 색상은 노란색에서 황토색, 다시 밝은 갈색으로 바뀌는데 이는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 때문이다. 로스팅 후반부에는 1차 크랙이 진행되면서 점차 짙은 갈색이 되는데, 주 원인은 카라멜화(caramelization)이다. 다크 로스트에서는 탄화(carbonization)가 일어나면서 커피콩이 검게 변한다.
배전도에 대산 고전적 정의
라이트 로스트는 산미, 꽃, 과일 향미가 나고 다크 로스트에 비해 향이 섬세하며 바디는 가볍다. 다크 로스트는 스모키하고 자극적이며 쓰고 탄화된 듯한 향미가 난다. 마지막 단계까지 로스팅하면 탄내가 주도적인 향미가 되며 바디는 가벼워진다.
커피 산업 내에 배전도에 대한 합의된 용어가 없다 보니 로스터와 소비자 모두에게 혼동을 불러 일으킨다. 이 글에서 정리한 내용만이 배전도에 대한 '올바른' 정의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래오 같은 표현이 다양한 배전도 및 색상에 대한 일반적이고 합리적인 설명이라고 생각한다.
시나몬
시나몬(cinnamon) 로스트는 대개 1차 크랙 초반에 배출한다. 풋내와 덜 익은 맛, 땅콩을 연상시키는 향미가 나기 때문에 이를 원하는 소비자는 거의 없다. 다만 중량 감소가 매우 적기 때문에 일부 대형 업체들이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상대로 판매할 때 시나몬 로스트를 선호하기도 한다.
* 신맛이 매우 강함, 풋내와 땅콩을 연상시키는 향미. 훌내음, 꽃향. 바디는 매우 가벼움. 시나몬이란 말은 원두의 색과 관련이 있을 뿐 향미와는 무관하다.
시티
시티 로스트는 1차 크랙 마지막 단계 또는 1차 크랙을 갓 지났을 때 배출한다. 바디가 가볍고 산미가 강하다. 시티 로스트는 현재 실험적인 로스터들, 소위 '제3의 물결세대' 로스터들 사이에서 유행을 일으키고 있다. 전통적으로 북유럽 국가에서는 시티 로스트가 표준적인 배전도였다.
* 산미, 와이니, 달콤함(잘 볶으면), 주스 같은 느낌, 꽃향과 과일향, 약간의 카라멜, 가벼운 바디, 제대로 로스팅되지 않으면 풋내와 신레몬, 시큼한 느낌이 날 수 있다.
풀시티
2차 크랙 직전에 배출한 것으로 표면에 기름기가 있다. 보통 풀시티 로스트라 한다. 부드러운 산미와 감미로운 카라멜 향미. 중간 정도의 바디가 기분 좋은 좋은 균형을 이루고 있어 많은 소비자들이 선호한다.
* 카라멜 느낌, 잘 익은 과일 향미의 중간 정도의 바디
비엔나
비엔나 로스트는 2차 크랙 초기, 기름기가 원두 표면으로 이동하기 시작할 무렵 배출한다. 스타벅스가 공급하는 커피의 표준 배전도는 이보다 약간 더 강하게 볶은 비엔나 로스트이다.
* 쌉쌀한 단맛. 카라멜 느낌, 자극적, 약간 견과 느낌(nutty) 및 스파이시한 느낌, 바디는 무겁고 걸쭉한 느낌.
프렌치
프렌치 로스트는 자극적이면서 쌉쌀한 단맛, 탄화된 듯한 향미를 내는 기름기 있는 원두의 배전도를 나타낸다. 이 정도로 많이 볶으면 커피 고유의 특성을 탐지하기 어려워진다.
* 탄 느낌, 쓴맛, 스모키. 미미한 카라멜 느낌, 바디는 무겁거나 중간 정도. 프렌치 로스트일 때 바디는 가장 무겁고 이후 로스팅을 더 진행할수록 바디는 가벼워진다.
이탈리안
이탈리아 로스터 대부분은 미디엄 로스트 수준에서 커피를 배출한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아주 어두운 색상에 기름이 가득 배어나와 가장쓰고 탄화된 배전도를 이탈리안 로스트라 부른다. 이탈리안 로스트는 음용할 즈음 대부분 산패되는데 이는 커피콩의 셀룰로스 구조가 부서져 있어 산화가 빨리 일어나기 때문이다.
* 탄내, 스모키, 산패한 느낌, 탄화된 느낌, 중간 정도의 바디
구조 변화
생두의 미세 구조는 기름에 두러싸인 셀룰로스 구조체가 제법 규칙적으로 빽빽히 모여 있는 형태다. 커피를 볶으면 수증기와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면서 커피콩 내의 압력이 높아지는데, 이로 인해 커피콩의 구조가 커지고 공극이 벌어진다. 1차 크랙이 일어나기 2분 전쯤에는 커피콩 팽창으로 인해 센터 컷의 접힌 부분에 끼어 있던 채프가 떨어져 나간다. 셀룰로스 구조가 더 이상 커지지 않는 순간, 커피콩 내부에서 균열이 일어나고 표면에서 수증기와 가스가 급격히 뿜어져 나오면서 터지는 듯한 1차 크랙의 소리를 만들어 낸다.
라이트 로스트 내지 미디엄 로스트를 원하는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들은 1차 크랙이 끝나는 무렵에서부터 2차 크랙이 시작하기 전까지의 기간 동안 커피를 배출한다. 1차 크랙 이후 기체 생성이 계속되면서 커피콩 세포 내 압력은 다시금 커진다. 이와 함께, 커피콩 구조는 보다 약해지면서 2차 크랙 단계로 진입한다. 1차 크랙의 주 원인이 수증기압인 데 비해, 2차 크랙의 주 원인은 누적된 이산화탄소 압력이다. 2차 크랙이 시작하기 직전 또는 막 시작한 뒤, 커피콩 표면으로 기름이 흘러 나오는데 대부분의 로스터들은 이런 기름기가 다크 로스트를 나타내는 객관적 지표라고 본다.
커피콩 내부의 발현
크랙 단계를 거치며 커피콩이 팽창하고 수증기와 기체가 방출되면서 커피콩 내 셀룰로스 구조는 약해진다. 공극은 더 커지고 콩은 부서지기 쉬운 상태가 된다. 더 많이 볶을수록, 공극이 더 많이 많아질수록, 더부서지기 쉬워질수록 커피는 더 많이 발현한다. 분쇄 품질과 추출 수율을 올리고 좋지 않은 짭짤한 향미를 없애려면 없애려면 커피콩 내부 발현이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
로스팅 중 커피콩의 내부 발현은 외부 발현보다 늦게 진행된다. 로스터는 커피콩의 바깥 부분이 목적한 색에 도달했을 대 내부 또한 충분히 로스팅되도록 공정을 능숙하게 관리해야 한다. 라이트 로스트에서 내부와 외부의 색상 편차를 거의 인식하지 못할 정도가 되어야 이상적이다. 로스팅을 더 강하게 할수록 색상 편차가 조금씩 더 커지는 것은 괜찮다. 이 과정을 통해 커피콩 내부는 최소한의 발현 정도가 담보된다.
커피콩의 크기, 밀도, 무게 감소
커피콩은 초기 수분 함량, 로스팅 정도, 커피콩 내부의 변호 등에 따라 로스팅 중 무게가 12-24% 줄어든다. 음료로 마실 때 맛이 괜찮은 정도로 볶는다면, 가장 약한 로스트는 아마도 1차 크랙이 끝날 무렵 배출된 것으로 무게 손실은 통상 11-13%이다.
1차 크랙이 끝나고 30초쯤 지나면 무게 감소는 대략 14-16%, 2차 크랙이 시작될 즈음에는 17-18% 정도다. 기름기가 도는 정도의 다크 로스트는 22% 이상이다. 스페셜티 시장은 요즘 라이트 로스트가 대세인지라 감소 중량비는 평균 14-16% 정도다.
라이트 로스트에서는 무게 감소분의 최대 90%를 수분이 차지한다. 나머지는 주로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유기물과 일부 채프(커피생두에서 떨어져 나온 껍질, 먼지 등) 조각, 일산화탄소, 질소, 휘발성 향 성분, 휘발산이 차지한다. 로스팅이 진행되면서 유기물 손실이 많아진다. 미디엄 로스트에서는 유기물 손실이 5-8%이고 매우 강한 다크 로스트에서는 12%까지 차지한다. 무게 감소와 더불어 부피 팽창은 150-190%까지 일어난다. 무게 감소와 부피 증가로 인해 밀도는 거의 절반 가까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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