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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한 지식/음식

[음식] 커피 | 로스팅 화학

by 브릭커 2024.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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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 애호가에게 로스팅 과정은 마술과 같은 것이다. 단단하고 맛없던 생두가 매혹적인 향을 방출하는 감미로운 갈색 커피콩으로 바뀌는 것이다. 로스팅 중에는 마이야르 반응과 카라멜화를 비롯한 수많은 반응이 일어나면서 색상은 갈색으로 변하고 수백 가지의 새로운 향미 성분이 발생한다. 또한 로스팅 과정을 통해 커피콩은 쉽게 분쇄될 수 있을 정도로 밀도가 낮아지고 물을 잘 받아들여 수용성 향미 성분이 잘 추출될 수 있도록 공극이 많아진다.

 

화학 조성의 변화

 무게비로 원두의 1/3을 약간 넘는 물질은 수용성이다. 제대로 추출할 경우 원두에서 19-22%(수용성 물질에서는 55-60%로서 여기에 소량의 지질과 셀룰로스 파편, 즉 미분이 더해진다.) 정도가 빠져나온다.

 

로스팅 중 산 발현

 산미는 커피에 활력, 섬세함, 복합성, 밝은 느낌을 준다. 커피를 마시는 이들 중에 산미가 커피를 쓰고 불쾌하게 만든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실제로 산미 없는 커피는 맛이 단조롭고 심심하다. 찬물로 몇 시간씩 커피를 추출하면 신맛이 매우 적은 커피를 맛볼 수 있는데, 그 방식으로 추출한 커피는 부드럽고 초콜릿 같은 느낌이 들지만 맛의 섬세함이나 미묘한 느낌이 적어서 일상적으로 마시기에는 단조롭다.

 

 클로로겐산(CGA)은 생두에서 가장 주도적인 산으로서 건조 무게비 6-8%를 차지한다. 식물 중에서 클로로겐산 함량이 가장 높은 것이 커피다. 클로로겐산은 커피의 산미와 쓴맛에 크게 기여하며 약간의 각성 효과도 있다.

 

 로스팅 과정에서 클로로겐산은 천천히 분해되는 라이트 로스트에서는 50%, 다크 로스트에서는 대략 20%가 잔존한다. 클로로겐산의 분해 결과물은 퀸산과 카페인산인데, 이들은 수렴성 페놀 화합물로서 커피의 바디에 영향을 준다. 퀸산과 카페인산은 양이 적을 경우에는 기분 좋은 밝은 느낌과 산미를 주지만, 지나치게 많으면 불쾌한 신맛과 떫은맛을 낸다.

 

 그 외 다른 유기산들도 낮은 농도에서는 향미를 증진시켜 주지만 균형이 맞지 않으면 좋지 않은 향미를 만든다. 이들 산의 농도는 로스팅 중 점차 증가해 라이트 로스테에서 최대였다가 이후 점차 줄어든다. 때문에 다크 로스트 커피는 신맛이 약하다.

 

 시트르산은 커피에 신맛을 더해 준다. 아세트산은 소량 있을 경우 와인 같은 신맛을 내지만 다량일 경우 식초 느낌이 나는 쓴맛을 만든다. 말산은 깔끔하면서 시큼한 신맛과 사과 느낌을 준다. 무기산인 인산은 케냐 커피에 많이 들어 있는데, 이는 케냐 커피의 독특하면서 정평이 난 산미를 만들어 내는 요인이다. 일반적으로 커피나무의 재배 고도는 산미의 잠재적 양을 결정지으며 전반적인 자연환경, 특히 습도는 생성하는 산의 종류를 결정짓는다.

 

 커피의 신맛을 pH로 나타낼 경우 pH 수치가 낮으면 신맛이 강하다는 뜻이고 pH 수치가 높으면 신맛이 약하다는 뜻이다. 커피콩의 신맛은 1차 크랙 중 어느 순간 최대치에 도달했다가 이후 약해진다. 생두의 pH 수치는 대략 5.8인데 로스팅을 시작하면서 낮아져 1차 크랙 중 4.8을 기록하고 이후 잠시 유지되다가 높아진다. pH지수로 나타낸 커피의 산도와 여러 가지 산 성분들의 균형이 산에 대한 관능적 인상을 만든다. 따라서 커피를 마실 때 느끼는 신맛은 산성도 수치와 관련은 있지만 완전히 일치한다고는 할 수 없다.

 

 생두의 수크로스 성분은 로스팅을 통해 나타나게 될 신맛과 단맛에 큰 영향을 미친다. 수크로스가 신맛에 영향을 주는 것은 카라멜화를 통해 아세트산을 생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커피 생산자가 잘 익은 열매를 수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결실도가 높을수록 생두의 수크로스 함량이 높기 때문이다.

 

 다크 로스트에서 수크로스는 최대 99%까지 분해된다. 라이트 로스트에서는 87% 정도 분해된다.

 

향 발현

 좋은 향은 로스팅을 시작한 지 수 분 정도는 지나야 발현되기 시작한다. 휘발성 향미 성분은 커피콩의 수분 함량이 5% 이하로 내려가는 수간부터 급속히 만들어진다. 카라멜화와 마이야르 반응, 그리고 아미노산과 당, 페놀산, 지질의 분해를 통해 향 성분이 만들어진다. 카라멜화를 통해 과일향, 카라멜 향, 견과류 향이 생성되며, 마이야르 반응을 통해서는 꽃향, 초콜릿 향, 흙내음, 구운향이 생성된다.

 

 커피콩 속의 기름에는 휘발성 향 성분이 상당량 녹아 있는데, 이런 향은 추출 과정 이후에도 천천히 방출된다. 향 성분은 라이트 로스트에서 미디엄 로스트 사이에서 최고치를 이룬다. 로스팅이 더 진행되면 향 분해 속도가 향 생산 속도보다 더 빨라지고 향의 속성도 더 매캐하고 거칠게 바뀐다.  커피콩을 보관하는 동안 가스가 방출되면서 향도 점차 빠져나가는데 다크 로스트일수록 셀룰로스 구조도 약하고 공극도 많기 때문에 향이 더 빨리 사라진다.

 

마이야르 반응과 카라멜화

 앞서 언급했듯 마이야르 반응은 자유 아미노산고 환원당 사이의 비효소적 갈변화 반응이다. 마이야르 반응은 커피가 갈색을 띠게 할 뿐만 아니라 쌉쌀한 단맛과 여러 가지 향기를 만들어 준다. 마이야르 반응은 음식을 조리하는 중에도 일어나는데 가장 잘 알려진 것은 고기가 익으면서 갈색으로 변하는 것이다.

 

 마이야르 반응이 향미 생성에 기여하는 것을 이해하려면, 고기를 굽는 것과 삶는 것이 각각 어떤 맛을 만드는지 생각해 보면 좋다. 구우면 삶을 때와는 달리 향기, 복합성, 깊은 향미가 나타난다. 커피콩을 로스팅할 때도 마이야르 반응은 동일한 향미 특성을 만들어 준다.

 

 로스팅 과정 중 커피콩의 내부 온도가 올라가 수분이 대부분 날아가고 나면, 이후부터는 급격하게 온도가 상승하며 마이야르 반응이 빨라진다. 이런 반응 가속은 미디엄 로스트에서 향미 발현이 빨라지는 한 가지 이유이다. 온도가 160도를 넘어서면 마이야르 반응이 자체적으로 지속될 수 있다.

 

 카라멜화는 마이야르 반응과는 달리 열분해 반응이다. 카라멜화는 대략 171도 정도에서 시작된다. 열이 당 분자를 분해해서 쓴맛 물질, 신맛 물질, 향기 성분 등 저분자 물질과 함께 맛과 향이 없는 갈색으 고분자 물질 등 수백 가지 화합물을 만들어 낸다. 카라멜이란 단어는 달콤한 디저트를 연상시키지만, 카라멜화는 오히려 음료나 식품의 단맛을 줄이고 쓴맛을 높인다. 라이트 로스트일수록 단맛이 나고 다크 로스트일수록 더 쓰고 카라멜향이 나는 것은 주로 이런 카라멜화 때문이다.

 

카페인 함량과 로스팅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는 달리, 다크 로스트라고 해서 카페인 함량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카페인은 로스팅 내내 거의 변하지 않는데 이는 일반적인 로스팅 온도에서 카페인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커피콩이 로스팅 중 질량이 줄어드는 것을 감안하면 카페인의 무게비는 로스팅을 할수록 오히려 높아진다. 음료를 만들 때 부피비보다 무게비를 사용해 물과 커피의 비율을 맞추는 것을 감안하면, 다크 로스트일수록 추출한 커피의 카페인 함량은 더 높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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