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commandment)이라는 말에 너무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때로 이 원칙들을 어길 수도 있다. 그러나 계명이란 것이 으레 그렇듯이, 습관적으로 원칙을 어긴다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다.
이 방법을 어떻게 작용하는지 완전히 설명할 수는 없다. 다만 확신하는 것은, 여러분이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자기 로스팅에 이 기법을 조심스럽고 완벽하게 적용한다면 훨씬 훌륭한 로스팅 결과물을 얻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1. 로스팅 초반부에 충분한 에너지를 공급하자
최적의 향미를 얻고 알맞게 발현을 시키려면 로스팅 초반부에 반드시 열을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 열이 많이 부족한 상태에서 시작하더라도 커피콩 내부까지 적당히 로스팅할 수는 있다. 그러나 초반부 부족했던 열전달을 보충하기 위해 로스팅 시간이 더 길어지기 때문에 많은 향미를 잃게 될 것이다.
2. 커피콩의 온도 변화는 점점 줄어들도록 하라
어떤 배치든 커피콩의 온도 상승률은 처음에는 가파르게 오르다가 로스팅이 진행됨에 따라 점차 완만해진다. 실온 상태의 커피를 뜨거운 로스터에 집어넣었을 때 바생하는 자연스러운 결과다. 로스터의 목표는 온도 상승률을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형태로 만드는 것이다. 로스팅 도중에 온도 상승률이 높아지면(로스팅이 시작한 지 첫 2-3분 사이 외형적으로 커지는 것 말고), 커피콩의 발현이 제대로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커피콩의 단맛 또한 줄어든다.
단 1분 동안이라도 온도 상승률이 지체되어 그래프에서 평행선을 그리게 되면, 단맛이 파괴되고 종이, 카드보드, 말린 곡물, 지푸라기 등이 연상되는 플랫(Flat)한 향미가 난다. 경험상 이런 맛의 커피들은 여지없이 로스팅 데이터에서 평행선이 나타나 있었다.
온도 상승률이 완만하게 조금씩 내려가다가 갑자기 뚝 떨어지는 경우에는 커피 발현이 나빠진다. 이런 경우 즉시 배출하지 않으면 베이크드한 향미가 생긴다. 이런 향미는 위에서 언급한 평행선 그래프에서 얻어지는 단조로운 향미와 유사한데 사실 더 나쁘다. 로스팅이 실질적으로 멈춰 버리고 커피콩의 온도가 더 이상 상승하지 않는 상태(즉 온도 상승률은 0 또는 음수를 나타낸다.)가 되면 커피콩은 완전히 베이크드해지고 단맛은 거의 사라진다. 내가 알기에 베이크드 한 커피 향미에 대한 화학적 분석은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 주된 가설은 로스팅 과정 중 온도 상승이 정체되면 당이 교차결합하여 단맛이 줄고 베이크드 한 맛이 나온다는 것이다.
숙련된 로스터는 특정 순간마다 온도 상승률이 저절로 방향을 튼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가장 어려운 구간은 아마도 1차 크랙 구간일 것이다. 온도 상승률이 매끈하게 떨어지도록 하려면, 로스터는 다음과 같은 상황을 미리 짐작하고 조정해야 한다.
- 1차 크랙이 시작되기 1-2분 전쯤 온도 상승률에서 수평 구간이 나타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 1차 크랙 동안 증발로 인한 냉각 효과 때문에 온도 상승률이 갑자기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 1차 크랙이 지나면 온도 상승률이 급속히 오르는 경향이 있다.
- 2차 크랙 중 또는 2차 크랙 후 온도 상승률이 다시 올라간다.
3. 1차 크랙은 전체 로스팅 과정의 75-80% 선에서 오게 하라
경험을 통해 1차 크랙이 시작할 때부터 로스팅이 끝날 때까지의 시간이 전체 로스팅 시간의 20-25%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른 말로 하면, 1차 크랙은 전체 로스팅 시간의 75-80% 선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최적 시작점 범위는 더 좁을 것이며, 로스팅 정도가 달라도 차이는 소폭이리라 확신한다. 다만 이를 뒷받침할 자료는 아직 충분히 모으지 못했다.
1차 크랙이 전체 로스팅 시간의 75% 선 이전에 시작된다면 플랫한 커피맛이 나올 것이다. 반대로 전체 로스팅 시간의 80%가 넘는 시점에서 1차 크랙이 시작된다면 커피콩의 발현은 불충분할 것이다.
대부분의 로스터들은 '발현 시간'이라는 것을 남아 있는 로스팅 곡선과는 별개로 두고 조정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렇게 접근하면 커피가 베이크드 해지거나 제대로 발현되지 않는다. 발현 시간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전체 로스팅 곡선 중의 비율에 맞춰 로스팅 곡선의 마지막 단계를 조정해 볼 것을 권한다. 위에서 언급한 비례가 유용하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느끼면 좋겠다. 더불어 로스터들이 "발현 시간"이란 말보다는 "발현 시간 비율" 같은 용어를 사용했으면 한다.
'유용한 지식 > 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음식] 커피 | 측정 결과 (0) | 2024.05.20 |
---|---|
[음식] 커피 | 일관성 마스터하기 (0) | 2024.05.19 |
[음식] 커피 | 로스팅 계획 (0) | 2024.05.18 |
[음식] 커피 | 로스팅 진행 (0) | 2024.05.16 |
[음식] 커피 | 로스터 구조 (1) | 2024.05.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