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에서 '신의 샷(God shot)' 한 잔 만들어 내기가 쉽지 않듯, 대부분의 로스팅 업체는 간혹 훌륭한 로스트 배치를 생산하고도 지속적으로 재연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로스터의 열에너지, 생두의 온도와 습도, 대기 환경, 굴뚝 청결도 등 모든 변수들은 결탁이라도 하듯이 로스팅의 일관성을 저해한다. 다음 사항을 충실하게 따른다면 일관성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로스터 예열하는 법
로스터들은 로스팅 첫 번째 배치의 품질 관리가 어렵다고 호소하는 편이다. 이 문제는 보통 로스터 예열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대부분의 로스터들은 원하는 온도가 될 때까지 로스터를 데우는 그 온도에서 대략 15-30분간 더 공회전을 한 뒤 첫 배치를 투입한다. 이런 예열 방식은 첫 배치가 뒤쪽 배치에 비해 느린 속도로 진행되도록 만든다.
문제는 온도계가 로스터의 열에너지를 나타내는 데 불충분한 도구라는 것이다. 차가운 로스터가 데워지면, 온도계는 로스터 내 공기 온도를 측정해 로스팅 가능 온도가 되었다고 알려 줄 것이다. 그러나 정작 로스터 몸체는 아직 드럼 내 공기보다는 훨씬 덜 제워진 상태이다. 이때 커피를 투입하면 로스터 몸체가 로스팅 과정 중의 열을 흡수하기에 커피콩으로 가야 할 열전달이 줄어든다. 몇 배리츷 돌리고 나야 비로소 로스터 몸체가 열에너지 평형을 이루고 이후부터는 제대로 된 상호 열 교환이 이루어진다.
첫 배치를 안정화시키는 방법 한 가지는, 예열할 때 로스터를 과열시켰다가 정상 로스팅 온도 수준에서 안정화하는 것이다. 아직까지 로스터의 열에너지를 측정하는 정확하고 실용적인 방법은 없다. 다만 로스터는 아래 소개한 실험 과정을 통해 로스터의 열에너지가 평형을 이루게 하는 프로토콜을 만들 수 있다. 로스터는 첫 배치를 투입하기 전 반드시 이 프로토콜을 적용해야 한다.
효율적인 로스터 예열 프로토콜을 만들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절차를 권한다.
- 공기흐름은 로스팅 중 적용할 평균치로 해 둔다.
- 가스는 중-강 정도로 잡고, 온도계 수치가 원하는 투입 온도 대비 28도 더 높게 될 때까지 예열한다.
- 이 온도에서 20분간 공회전한다.
- 가스를 줄여 온도가 천천히 내려가게 한다.
- 투입 온도까지 내려가면 그 온도에서 다시 10분간 공회전 한다.
- 첫 번째 배치를 투입한다.
- 그날 진행할 작업에 적용할 세팅 그대로 첫 번째 배치를 로스팅한다.
- 첫 번째 배치와 이어서 작업한 배치를 비교해 본다. 첫 번째 배치가 의도한 것보다 빠르게 로스팅됐으면 다음 번 예열시 최고 온도를 조금 낮춘다. 로스팅이 의도보다 천천히 진행됐다면 예열 최고 온도를 더 올린다.
- 첫 번째 배치와 이후 배치가 완전히 동일해질 때까지 8번 작업을 반복한다.
배치 간 프로토콜
각 배치 사이의 프로토콜은 예열 프로토콜만큼 중요하다. 다음 번 배치를 시작하기 전, 로스터의 열에너지를 원하는 수준으로 "초기화"하고 매 배치마다 동일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
다음 내용을 배치 간 프로토콜로 제시한다. 물론 각 로스터의 사양에 따라서 자유롭게 수정할 수 있다. 수정할 때마다 타이머로 항상 시간을 기록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 공기흐름은 로스팅 중 적용할 최저치로 설정한다.
- 앞 배치 원두를 배출한 후 1분 정도 버너를 꺼 둔다. 그 다음 가스압을 조절해 60-90초 만에 온도계 수치가 원하는 투입 온도가 되게끔 맞춘다.
- 투입 온도에 도달하면 1분간 공회전한다.
- 다음 번 배치를 투입한다.
예열 프로토콜과 배치 간 프로토콜은 배치별 작업을 체계적으로 진행하도록 도와 줄 것이다. 물론 완벽하게 일관적인 로스트 결과물이 나오려면 이 프로토콜은 각 작업장별로 맞춰야 한다. 하지만 몇 가지 실험만 거친다면 누구나 이들 프로토콜을 통해 의도했던 대로, 배치 간 로스팅 시간 편차가 많아야 5-10초 미만인, 동일한 프로파일을 따르는 로스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배치 간 일관성을 높일 수 있는 다른 팁
배치 투입 전, 로스터의 열에너지 초기화를 어렵게 만드는 몇몇 요소들이 있다. 배치 용량 편차, 대기 온도, 앞서 로스팅한 커피의 배전도 등이다. 열에너지 초기화 작업에 더해 몇 가지 성공전략을 공개한다.
배치별 로스팅 양은 늘 동일하게 한다.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용량이 동일한 배치를 다 볶은 후 용량이 다른 배치를 볶는다.
소용량 배치를 먼저, 대용량 배치는 나중에 볶는다.
과도한 다크 로스트 또는 과도한 라이트 로스트로 볶을 경우, 그리고 기온이 극단적으로 높거나 낮은 경우에는 배치 간 프로토콜을 수정한다. 다크 로스트 커피를 배출한 로스터나 기온이 높은 환경에서 로스팅한 로스팅 머신은 더 뜨거우므로 배치 사이 불을 꺼 두는 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조정한다.
생두 저장과 일관성
생두를 항온 항습 조건에서 보관하는 것이 좋다는 주장에 반대하는 이가 있으맂 모르겠다. 물론 저장 환경이 일정하지 않아도 로스팅을 잘한다면 훌륭한 원두를 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장 조건이 좋으면 매번 일관성 있는 로스팅이 나올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가능한 한 환경조건을 제어할 수 있는 곳에 모든 생두를 보관할 것을 권한다. 그렇게 하기가 어렵거나 돈이 많이 든다면, 최소한 '준비실 '정도는 갖추길 바란다.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곳에 공간을 만들어 항온기능이 있는 히터로 온도를 일정하게 맞춘 뒤에 다음 주 볶을 생두만 보관해 두는 것이다. 생두가 밀봉 포장된(진공 포장 또는 그레인프로 등) 경우 온도 관리만 해 주면 된다. 마대 포장으로 대기에 노출된 상태라면 온도와 습도 모두 관리해야 한다. 생두를 장기 보관할 때 수분 공급을 한다면 곰팡이 발생 여부를 체크해야 한다. 곰팡이 발생을 막기 위해 가끔씩 쌓여 있는 포대 자리를 바꿔 줄 필요도 있다.
대기 조건
로스팅 작업실 안팎의 대기가 만들어 내는 변수들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로스팅 작업실의 대기 조건을 관리하려고 애씨기보다는 로스팅 시 커피콩 온도 프로파일에 초점을 맞추고, 그 프로필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조건들을 관리하는 것이 낫다. 바깥 날씨가 춥거나 건조한 경우, 소위 굴뚝 효과로 인해 굴뚝으로 공기가 더 강하게 빨려 나가는데 이로 인해 로스터 내의 공기흐름이 빨라질 수 있다. 그러므로 로스터는 배기 팬이나 댐퍼를 조절해서 공기흐름을 일정하게 유지해 줘야한다. 로스팅 작업실 내 공기가 차가우면 버너로 공급되는 연료와의 공기 배합이 달라진다. (유입되는 공기가 차가울수록 단위 부피당 함유 산소량이 더 많아진다.) 이 경우 로스터는 의도한 열전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로스팅 머신을 조정해 줘야 한다.
굴뚝 청소
로스팅 작업을 하면 배기 덕트부터 굴뚝에 이르기까지 크레오소트, 커피 기름, 기타 고형 폐기물들이 달라붙는데, 이런 것들이 축적되면 장애물이 되어 공기흐름을 막는다. 때문에 자주 연통 내부를 긁어서 이물질들을 제거해야 공기흐름을 원래대로 유지할 수 잇고 나아가 굴뚝에서 화재가 발생할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굴뚝 청소는 로스팅 물량과 배전도에 따라 계획을 짜서 진행한다. 다크 로스트를 많이 했다면 더 자주 청소해야 한다. 정확히 어떤 주기로 해야 한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최소한 200시간마다 한 번 정도는 해 주는 것이 좋다. 애프터버너를 사용한다면 하강기류가 발생하기 때문에 거의 청소할 필요가 없다.
여러 종류의 배치 물량 다루기
로스터가 각 로스트 변수에 대한 조정법을 안다면 양이 다른 배치를 처리하는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주된 문제는 일정 수준 이하의 양을 볶을 때 온도계가 커피콩 더미 안으로 충분히 잠기지 않기 때문에 정확도가 훨씬 떨어진다는 것이다. 로스터는 언제 온도계를 신뢰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언제 믿으면 안되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 외 고려할 것으로는 적은 양을 볶을 경우에 공기흐름과 드럼 회전 속도를 줄이고 투입 온도를 내리고 가스 세팅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투입량과 상관 없이 커피콩의 온도 프로파일을 동일하게 유지한다는 말은 참 솔깃하다.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로 모든 커피 배치를 동일한 프로파일로 볶으려면 로스터의 첫 열에너지도 정밀하게 조정해야 하고 가스 세팅도 그에 따라 미세하게 바꾸어 주어야 하는데, 이는 거의 불가능하다. 각 배치량마다 고유한 프로파일을 만들어 그에 따르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일이다. 참고로, 용량이 달라도 완전히 똑같은 온도 프로파일을 적용할 수 있다고 믿는 로스터들이 많다. 그러나 이들 로스터의 온도계가 로스팅 첫 2분간을 좀 더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예전에는 몰랐던 편차가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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