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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한 지식/음식

[음식] 커피 | 로스팅, 브루잉, 추출

by 브릭커 2024.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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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 의 Emma Waleij

 

 어느 정도가 알맞은 로스팅일까? 이 질문에는 대답할 수 없다. 다만 로스팅 발현과 커피 추출에 있어 완숙한 경지에 다다른다면, 아마도 좀 더 약한 로스팅을 선호하게 되지 않을까 한다. 로스팅 발현이 제대로 되지 않고 추출이 불완전하면 커피에서 대개 날카롭고 시큼한 맛이 나게 되는데, 로스터들은 이런 맛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더 강한 로스팅을 하게 된다. 그러나 강하게 볶으면 좋지 않은 향미가 줄어들긴 하겠지만, 단맛과 향미도 함께 줄어들 뿐만 아니라 무게 손실도 커진다. 이번 장에서는 로스터들이 약배전을 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로스팅 발현을 분별하고 추출 문제를 확인하는 법을 배움으로써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로스팅 발현 확인

 라이트 로스트일수록 커피콩의 중심부까지 충분히 발현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다보니 대개는 맛을 내기 위해 강한 로스팅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충분한 맛을 내기 위해 자기가 원하는 배전도 안에서 얼마나 더 발현시켜야 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지 무작정 더 강하게 볶아서 향미 발현 부족을 덮어버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로스팅 발현을 확인하고 수정하고자 한다면, 특히 추출 수율이 지속적으로 19%를 넘지 못한다면, 향미 발현이 잘 된 '대조군' 커피를 구매해 비교해 보는 것이 좋다. 하지만 소위 제3의 물결에 속하는 로스터들 중 유명 업체의 약배전 커피는 제외하자. 매번 꾸준하게 발현이 제대로 된 커피를 내어놓는 곳이 별로 없다. 대신 일리(Illy) 사의 라이트-미디엄 로스트 제품을 구매하자. 일리 사가 쓰는 생두나 로스팅 정도는 입맛에 맞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향미 발현은 확실하다. 당신이 볶은 커피는 대조군 커피와 비교했을 때 추출 수율이 비슷해야 한다. 다만 아주 약하게 로스팅 된 것으로서 발현이 잘 되어 있는 커피 몇 가지는 대조군에 비해 추출 수율이 몇 퍼센트 정도 낮게 나올 수 있다.

 

추출 조절

 발현이 부족하다면 더 강하게 볶게 된다. 그런데 고질적인 과소 추출도 배전도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과소 추출된 음료는 대개 시큼한 맛이 나며 이는 특히 에스프레소 추출에서 두드러진다. 과소 추출이 이유라는 것을 모른다면 신맛을 줄이려고 더 강하게 볶거나 1차 크랙 뒤의 로스팅 시간을 늘이는 등 커피를 구워댈 것이다. 알맞은 추출 수율로 음료를 뽑아 배전도를 판단할 수 있을 대 비로소 더 나은 커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배전도 확인이 최적 분쇄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할 때는, 가급적이면 자주 굴절계를 사용하여 추출 수율을 측정하기 바란다. 그라인더와 날의 예리함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커피 프루잉에서 이상적인 추출 수율을 19-22%로 잡고 있다. 

 

 실질적 기준점을 제시하자면, 에스프레소를 50%, 즉 커피 무게가 샷 무게의 반인 비율로 추출할 때는 최저 19.5%의 수율을 목표로 잡아라. 예를 들어, 커피 18g을 사용하여 샷 36g을 뽑아낸다면, 추출 수율은 19.5% 이상이 되어야 한다.

 

 1:2 추출비에서 통상 수율이 19.5%를 넘지 못한다면, 먼저 로스팅 발현이 적절한지를 확인해야 한다. (대조군 커피와 비교해 보는 것이 좋다.) 로스팅 발현이 잘 되었다고 확신한다면 추출에 사용하는 물이 적합하지 않거나, 분쇄 품질이 좋지 않거나, 추출 기술이 미숙한 것이 원인일 수 있다. 물이 기준 미달일 경우, 예를 들어 TDS 수치가 너무 높은 물 또는 경수를 연수화시켜 만든 물은 용매로 적당하지 않기 때문에 추출 수율을 제약할 수 있다. 그라인더가 좋지 않으면 분쇄 입자의 분포도 나빠지는데 이 또한 추출에 영향을 미친다. 동일한 로스팅 배치에서 샷을 뽑았는데 추출 수율이 일정하게 나오지 않는다면 아마도 추출 기술이 좋지 않은 것이 원인일 것이다.

 

에스프레소용 로스팅

 대다수 로스터들은 에스프레소용 커피를 더 강하게 볶는다. 에스프레소 음료 대부분은 우유를 섞어 만든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약배전 커피로는 여러 온스 용량의 우유와 균형을 맞출 만한 힘이 없고, 있다 해도 맛이 너무 시어 우유 향미를 보완해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에스프레소용으로 로스팅할 때에는, 특히 우유를 넣은 음료를 만들기 위해 샷을 뽑을 때는 배전도를 높이는 외에 다른 조정을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어떤 음료를 목표로 하건 로스팅은 최대한 발현을 시킨 상태에서 단맛과 신맛의 바람직한 균형을 창출해 내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이 책에서 서술한 로스팅 권장 사항을 따라 제대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한다면, 에스프레소용(우유를 넣지 않고 제공)으로 선호하는 로스팅이 필터용 커피 혹은 여타 브루잉 방식용 로스팅과 동일하거나 거의 비슷하다는 것을 알아챌 것이다.

 

 앞 장에서 언급한 것처럼, 발현이 형편없고 추출 수율이 좋지 않으면 로스팅에 있어 잘못된 결정들을 하게 된다. 어세프레소 세계에 커피 굴절계가 등장하기 전인 20여 년 동안 스페셜티 커피 세계를 장악했던 유행은 약배전과 리스트레토 스타일의 에스프레소였다. 진취적인 로스터일수록 약배전을 추구했고 그와 함께 덜 발현된 커피가 넘쳐났다. 동시에, 소위 제3의 물결로 알려진 가게에서 판매하던 리스트레토 스타일의 에스프레소는 과소 추출을 표준으로 통하게 만들었다.

 

 커피 굴절계가 나오면서 로스터와 바리스타는 객관적으로 추출 수율을 측정할 수 있게 되었고, 제3의 물결을 주름 잡던 과소 추출된 리스트레토 또한 거의 사라졌다. 이제 로스터에게 남은 다음 단계는 효과적인 로스팅 발현 방법을 잘 이해하는 것이다.

 

블렌딩

 요즘은 단일 산지 커피를 쓰는 경향이 있지만, 역사적으로는 여러 가지 종류의 커피를 섞어서 음료를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블렌딩을 하면 한 종류의 커피콩에서는 나오지 않는 특유의 향미 프로파일을 만들 수 있고 이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가격이나 재고, 향미에 맞춰 커피를 바꿔 쓸 수 있으며, 블렌드 명칭을 이용해서 마케팅에 투자할 수 있다. 지지하는 측은 이런 점에서 블렌딩이 일관성을 높여 준다고 주장하지만, 그저 돈을 아끼거나 소비자를 현혹시키기 위한 방법일 뿐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한 예로, 코나산 커피를 단 10%만 섞어도 코나 블레느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블렌딩 또한, 로스팅이 일정하지 않거나 생두 품질이나 향미가 연중 계속 달라지고 수확한 커피 품질에 편차가 있으면 본질적으로 작업이 어려워진다. 단순히 공식을 따라 섞기에는 유동적인 변수가 너무 많다. 맛에 기반한 블렌딩을 권하지만 이 또한 결과물이 완벽하게 일정할 수는 없다.

 

 한편, 로스터들은 로스팅 전 블렌딩과 로스팅 후 블렌등에 대해서도 토론하곤 한다. 두 가지 모두 제대로만 한다면 훌륭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

 

 로스팅 후 블렌딩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권장한다.

 

  1. 블렌드로 쓸 수 있는 후보들 모두를 커핑하되 비교적 많은 양을 측정한다. 물 320g에 커피 20g 정도를 써서 추출한다.
  2. 빈 컵에 각 후보들마다 시험해 보고 싶은 비율로 스푼 단위로 떠 담는다. 예를 들어 세 가지 후보를 동일 비율로 섞은 경우를 평가하고 싶다면 각 후보마다 한 스푼씩 액체를 떠서 담으면 된다. 50/25/25 비율이라면 하나는 두 스푼, 나머지 둘은 한 스푼씩 떠 담는다.
  3. 맛을 보고 다음 과정을 반복하면서 원하는 방향으로 비율을 고친다.
  4. 블렌드가 정해지면 통상 쓰는 방식으로 추출해서 커핑으로 확인한다.

 

 로스팅 전 블렌딩을 할 경우 다음 사항을 모두 지키는 것이 좋다.

 

  • 로스팅 작업 며칠 전에 생두를 섞어 수분 함량이 평형을 이루도록 한다.
  • 크기와 밀도가 유사한 커피만을 사용한다.
  • 가공방식이 동일한 커피만 사용한다. 예를 들어, 수세식은 수세식끼리, 건식은 건식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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