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터는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로스터를 사기 전 숙제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대부분의 소형 로스터들은, 특히 난생 처음으로 로스터를 구매하는 이들은 로스터를 제대로 평가할 만한 지식이나 경험이 없다. 만약 당신이 여기에 해당한다면, 업체 투자 비용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될 로스터 선택에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다. 오늘날 시장에 나와 있는 로스터는 대부분 사용하는 커피의 품질이나 일관성의 폭을 제한하지만 판매 대리인들은 그런 사실에 대해 말해 주지 않는다. 그러므로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로스터 선택시 고려해야 할 점
로스팅 업체들은 미적 감각, 차지하는 공간, 가격 등 자기만의 필요성과 선호에 따라 로스터를 고른다. 개별 업체 특유의 필요 사항에 맞춰 언급하기는 어렵고 다음과 같은 기술적 권장사항을 제시하고자 한다.
로스팅 용량
우선, 필요한 로스팅 용량을 결정한다. 다음, 로스터 제조사가 언급한 용량을 시작점으로 삼아 로스터의 버너 출력을 보고 실제 작업 용량을 계산한다. 마지막으로, 로스터마다 열전달 효율성이 다르므로 해당 로스터를 쓰고 있는 이들에게 문의하여 통상적인 배치 용량과 로스팅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이 세 가지 정보가 있으면 로스터의 실제 로스팅 용량을 파악하기 쉽다.
구조
아마도 로스터 구조가 커피 품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금쯤이면 눈치챘겠지만 여기서 추천하는 것은 에너지 효율성이 좋은 순환 장치가 달린 로스터가 아니라 싱글 패스 로스터이다. 또한 간접 가열되는 드럼 즉 2중 드럼이 일반적인 직접 가열식 드럼보다 좋다. 2중 드럼 내지는 드럼이 간접적으로 가열되는 형태의 싱글 패스 로스터를 쓰면 좋은 커피를 생산할 확률은 최대한 올라가고, 커피콩 표면이 타거나 연기 때문에 나타나는 향미 손상 문제는 최대한 줄일 수 있다.
드럼
불길이 드럼을 직접 가열하는 고전적 방식의 드럼 로스터를 구매하려고 한다면 강철제 드럼을 채택한 로스터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연식이 오래된 소위 독일제 주조 로스터들의 드럼재질은 주철이 아니라 강철이다. 이런 유형은 덮개와 바퀴살, 내부 날개는 주철이지만 드럼 자체는 강철이다. 주조 드럼(대만에서 만든 작은 신형 로스터)이 달린 로스터와 철판을 드럼으로 가공한 로스터를 한 대씩 본 적은 있다. 그러나 그 외에 확인한 모든 로스터의 드럼 재질은 강철이었다.
대부분의 드럼은 강철로 만들었지만 최근 일부 제조업체에서는 스테인리스 스틸제 드럼을 사용한 로스터를 만들기 시작했다. 합리적을 보이긴 하지만, 나로서는 그런 로스터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아 그 성능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기 어렵다. 스테인리스 스틸 드럼은 일반적인 강철 드럼에 비해 열점이 보다 쉽게 나타나겠지만 드럼이 회전한다는 점을 감안하고 두께만 잘 맞춰 준다면 이것은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공기흐름
공기흐름이 불충분한 로스터는 거의 본 적이 없다. 그러나 공기흐름을 조정하는 장치가 형편없는 로스터는 몇 가지 있다. 배기 팬 속도 조절 장치는 미세하게, 강제 구획 없이 점진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것이 이상적이다. 공기흐름을 미세하게 조정할 수 있으면 로스팅 프로파일이 부드럽게 나올 수 있다. 통상 댐퍼를 수동으로 조작하는 방식의, 세팅값이 2-3개 있는 로스터도 쓸 수는 있지만 한계가 있다. 각 세팅값이 너무 떨어져 있어 로스터가 이를 벌충하기 위해 차선의 세팅값을 선택해야 할 뿐만 아니라, 세팅값을 조절하면서 공기흐름이 크게 달라져 버리면 대류 방식의 열전달률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훌쩍 뛸 수 있다.
일부 로스터는 팬 하나로 드럼과 냉각조에 공기를 집어넣는다. 나는 이런 유형들 대부분을 추천하지 않는다. 이런 모델들은 로스팅 과정에서 커피콩을 식히는 동안 드럼 온도를 조정할 수가 없는 데다가, 로스팅과 동시에 냉각을 할 경우 로스팅 초반에 공기흐름을 설정하기가 곤란하다. 이런 로스터는 대부분 전용 냉각팬이 달린 것에 비해 아무래도 힘이 딸려 커피콩이 너무 천천히 식는다.
로스팅이 끝난 원두는 4분 내로 실온까지 식혀야 한다. 로스터의 냉각 성능을 한번 시험해 보길 바란다. 빨리 식힐 수 잇으면 베이크드한 맛이 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단맛 손실을 피할 수 있으며 로스팅을 끝내는 지점을 보다 정확하게 잡을 수 있다.
가스 조절
로스터는 충분한 가스압이 들어와야 하지만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구간별 증감이 아니라 연속적으로 가스압을 조정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30kg 이상 용량의 로스터는 거의 대부분 연속적 가스압 조절이 가능한 데 비해 소형 로스터들은 단계별 증감 내지는 2-3단계의 가스압 세팅만 가능한 경우가 많다. 연속식 가스압 조절 방식은 로스팅 용량에 관계 없이 원하는 로스팅을 할 수 있는 유연성을 훨씬 높여 준다. 나는 몇몇 로스터 제조업체에서 대형 로스터에는 연속식 가스 세팅이 가능하게 한 반면 어째서 소형 로스터에는 단계식 가스 세팅만 가능하도록 했는지 문의한 적이 있는데, 돌아온 답변은 소형 로스터는 "물리적으로 다르다"는 막연한 설명뿐이었다. 현재까지 가스압 세팅에 제한을 두는 것이 어떤 이점이 있는지에 대해 경청할 만한 주장은 나온 바 없다. 그런 종류의 버너 가격이 더 싸기 때문에 제조업체가 소형 로스터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갖고자 한 것이 진짜 이유가 아닐까 싶다.
드럼 회전 속도
여러 가지 로스팅 변수 제어 중 가장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마도 드럼 속도 조절일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로스팅을 미세 조절하는 데에는 도움이 된다. 로스팅 과정 중 커피콩이 커지는데 이로 인해 드럼 내에서 커피콩이 돌아가는 방식도 달라진다. 커피콩이 커지는 데 비례해서 드럼 속도가 조금씩 빨라지면 커피콩이 균일하게 볶아지는 데 이상적인 환경이 될 것이다. 배치 용량을 다르게 로스팅할 때에도 유용하다.
자료 기록 소프트웨어
오늘날 유능한 로스터들은 완전 수동식에서부터 완전 전자동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로스터를 쓰고 있다. 로스팅 기술에 대해 가지는 감정은 차치하고, 나는 최소한 커피콩의 온도를 측정하는 디지털 장치, 공기 온도를 측정하는 디지털 장치, 가스압력계 또는 가스압을 측정하는 장치는 설치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자동차 프로파일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않느다면, Cropster처럼 로스팅 프로파일을 시간에 따라 추적 기록해 주는 자료 기록 장치를 쓰는 것을 권장한다. 기록 장치는 로스팅 진행 상황과 프로파일의 흐름을 실시간 그래프로 표현해준다. Cropster에서는 중요한 요소인 상승률 곡선 또한 출력할 수 있다. 이들 프로그램이 로스터를 직접 제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실시간으로 로스팅에 대한 피드백을 얻고 기록을 남기는 데 있어서 현재로서는 최선의 선택이다.
주의할 것은, 구형 로스터에 현대식 기술을 접목시키려 할 때 상당히 머리 아픈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옛 장치를 꺼내고 그 자리에 디지털 온도계나 솔레노이드 밸브, 가변모터 등을 집어넣는 일은 돈과 시간이 생각보다 훨씬 많이 필요한 일이다. 가격 면에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도 드물ㅇ지 않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면 그냥 신형 로스터 하나를 새로 사는 편이 낫다.
자동화 프로파일 소프트웨어
데이터 로거가 로스팅 상황을 기록만 할 뿐 로스터를 제어하지는 못하는 반면, 자동화 프로파일 소프트웨어는 기록하는 동시에 이를 피드백하여 로스팅을 제어할 수 있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로스팅 중 가스압과 공기흐름을 제어해 설정한 로스팅 프로파일을 따라가도록 되어있다. 실제 로스팅이 설정된 프로파일 곡선에서 벗어날 때마다 초당 수 회 정도로 조금씩 조정이 가해져 정해진 곡선을 따라가게 한다. 이는 사람이 차를 운전하는 것과 비슷하다. 완벽한 일직선을 그리며 운전할 수는 없겠지만 핸들을 미세 조정하면 어느 정도 직선 방향으로 운전할 수는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론상으로는 설계가 잘 된 프로그램을 활용해 사람이 하는 것보다 더 균일한 로스팅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판매되는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동일한 로스팅 결과를 재현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판매하는 측에서 주장하는 내용과는 달리, 기성 프로그램 중에서 매 배치마다 원하는 프로파일에 맞춰 로스팅을 해 주는 제품은 없다. 최소한의 커피 향미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별도로 작업을 해 줘야 한다. 로스팅 도중 조건이 약간만 틀어져도 프로파일을 맞추기 위해 가스압이나 배기팬 속도를 과도하게 조작하는 등 과잉반응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렇게 볶은 커피는 프로파일은 잘 구현했을지 몰라도 음료 맛은 원래 설정했떤 프로파일에서 기대했던 것과는 다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경제적인 여유가 된다면 전체 로스팅 제어가 아닌 부수적인 목적으로 이 프로그램을 구매하는 것은 권할 만하다. 초기 워밍업 단계나 배치 사이, 로스팅 작업이 끝나고 식히는 중에 이런 소프트웨어를 구동하면 로스터가 다른 일을 할 수가 있어서 작업이 편해질 수도 있다. 과거 진행한 로스팅 작업을 확인하고 이후 작업에 참고할 때에도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오염 방지 기기
로스터를 구매할 때 오염 방지 기기가 필요한지 결정해야 한다. 로스터는 대개 애프터버너를 사용하고 일부는 전기 집진기나 습식 세정기를 쓴다.
커피 로스팅 과정에서는 다양한 오염물질이 방출되고, 이들 중 상당수가 발암성 물질이다. 휘발성 유기물, 알데히드, 질소 화합물, 황 화합물, 일산화탄소 등이 대표적이다. 로스터에서 배출되는 배기 가스 속 입자들은 공해를 유발하며, 그 향은 이웃에 피해를 준다. 소규모 로스터에게 오염 방지 기기 설치를 강제하는 평결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갖추지 않고 있다가는 매연을 불평하는 이웃과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로스터를 설치하기 전에 미리 조사를 해서, 지역이 요구하는 사항을 확인하고 이웃이 용인할 수 잇는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라고 권하고 싶다. 미리 조금만 조사해 두면 나중에 머리 아플 일이 크게 줄어든다.
애프터버너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열 산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촉매 산화 방식이다. 전자는 로스터 배기 가스를 최소 0.4초 동안 섭씨 760℃로 가열한다. 매연과 휘발성 유기물, 기타 냄새를 없애는 데 효과적이지만 연료 소비량이 로스터의 두 배 정도로 엄청나게 높다.
촉매 산화 방식은 휘발성 유기물에 작용하는 귀금속 재질의 촉매를 사용해 이를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한다. 촉매는 이 분해 작용을 빠르게, 저온에서 일어날 수 있도록 해 준다. 이 방식은 연료 소비량은 적지만 촉매를 주기적으로 바꿔 주고 청소도 자주 해 줘야 배기 흐름이 막히지 않는다. 배기가 안 좋아지면 역압으로 인해 로스터 내 공기흐름이 나빠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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